려명기사

주체102(2013)년 6월 12일 《려명》

력사일화

정몽주와 그의 일화 (5)

 

정몽주(1337~1392)는 고려말기의 수문하시중의 벼슬을 지낸 관리로서 고려왕조를 지키기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운 충신이였다. 그는 나라의 정사에서나 외교에서 공을 세워 인민들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나 리성계일파에 의하여 피살되였다.

 

《단 심 가》

 

리성계일파가 정변을 일으켜 최영장군을 살해하고 고려왕조까지 교체하려고 한창 모의를 하고있던 1392년 3월초 어느날이였다.

이날 정몽주는 자기 집 하인이 가져온 한장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는 리성계의 아들 리방원이 보내온 편지였다.

리방원의 편지에는 따뜻한 봄날, 날씨도 화창한데 나라 위해 수고하는분들의 로고를 풀어드리고싶은 마음에서 자기 집에서 잔치를 베풀었으니 성의로 아시고 와서 참여해달라는 내용이 씌여져있었다.

《허허, 나를 초청한단 말이지?》

정몽주는 리방원의 초청이 례사로운것이 아님을 대뜸 느끼였다.

《허지만 어쩔수 있나, 거절할 필요야 없지.》

정몽주는 리방원의 잔치놀음에는 그 어떤 음흉한 의도가 숨겨져있다는것을 짐작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어디 당해보자는 심산으로 례복을 갖추고 서슴없이 리방원의 집으로 갔다.

정몽주의 짐작대로 리방원의 잔치놀음은 례사로운것이 아니였다.

정변으로 모든 실권을 틀어쥔 리성계일파가 고려왕조를 뒤집어엎고 새 왕조를 세우기 위한 계획을 꾸며나가는데서 정몽주를 비롯한 몇명의 충신들이 장애로 되고있었다.

리성계일파는 정몽주를 꺼리고있었으나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있었다. 정몽주는 고려왕조를 받드는데서 충성이 높았고 외교활동에서도 많은 공을 세워 백성들에게까지 신망이 높았으며 또 리성계와도 같이 일해온지 오래였다. 그리하여 리성계는 고려왕조를 뒤집어엎는 일에서 정몽주를 잘 구슬려서 자기 편으로 낚아보려 하였고 그래서 정몽주에게 수문하시중이라는 높은 벼슬까지 주었던것이다.

그런데 정몽주는 리성계일파에게 굽신거리기는커녕 오직 어지러워진 정국을 바로 세우려는데만 정력을 다 바쳤을뿐아니라 오히려 권세욕에 눈이 뒤집혀 날뛰고있는 역적의 무리들에게 등을 돌려대는것이였다.

정몽주의 립장을 가늠해보던 리성계일파들은 초조해났다. 정몽주가 자기네를 도와나서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될터인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안달이 났던것이다. 그래서 참고참다 못해 정몽주의 립장을 떠보려고 이날 리방원이 잔치놀음을 벌려놓고 정몽주를 부른것이였다.

리방원은 정몽주를 반갑게 맞아들이였다.

리방원은 정몽주를 여느 대신들과 같은 자리에 앉히고 례사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들을 들게 하였다. 흥겨운 술판이 무르익어 모든 사람들이 거나하게 취해갈 무렵이였다.

리방원은 취기에 하는 행동처럼 좌석에서 불쑥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취흥에서 말씀만 하시겠습니까. 취흥을 담아 시 한수씩 화답함이 어떠하시오?》

그러자 모든 좌객들이 찬동했다.

《좋수다.》

《그럼 제가 글재주는 없지만 인사격으로 먼저 한수 읊을터이니 들어주시겠습니까?》

《좋수다, 먼저 하시오. 그럼 우리도 화답시를 읊으리오다.》

좌객들이 또 응해주었다.

그러자 리방원은 헛기침을 하고 《자 손님들, 잘 들어보시오.》하는 기색으로 좌중을 한동안 둘러보며 조용하기를 기다리다 시를 읊기 시작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하여 백년까지 누리리

 

이 시를 묵묵히 듣고있던 정몽주는 비로소 리방원이 초청한 리유를 명백히 알게 되였다.

(네가 그래서 나를 불렀구나!)

시의 뜻은 너무나도 로골적인 고백이였다. 그 뜻은 바로 고려를 섬기다가 새 왕조를 섬긴들 어떻겠는가. 모두 한편이 되여 오래도록 영화를 누리며 살아보자는것이 아닌가!

시를 들으며 정몽주는 이렇게 생각하고있는데 시읊기를 끝낸 리방원의 눈길은 정몽주에게로 향하였다. 순간 리방원의 눈길은 타는듯 한 정몽주의 눈길과 부딪쳤다. 그 오만한 눈길에는 《이보시오. 고려왕조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였수다. 당신도 고집을 부리지 말으시고 우리와 손잡고 나서는게 옳지 않겠소?!》하는 힐난의 빛이 로골적으로 담겨져있었다.

거들먹거리는 리방원을 바라보는 정몽주의 가슴속에서는 분격과 울분이 치밀어올랐다.

(네놈들이 분명 고려의 역적들이였구나. 내가 어찌 너희들처럼 역적이 될것이냐!)

정몽주는 분연히 일어섰다. 자기의 끓어오르는 분기를 터쳐놓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던것이다.

《자네 시를 들었으니 이번엔 내가 화답시를 읊겠네.》

이렇게 말한 정몽주는 좌중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시를 읊었다.

 

     이 몸이 죽어죽어 열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 가실줄이 있으랴

 

이 시(단심가)를 듣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리방원도 정몽주의 립장을 똑똑히 알게 되였다.

《님 향한 일편단심》이란 바로 고려왕조에 대한 정몽주의 변심없는 한결같은 충성심이라는것을 누가 모를수 있으랴!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고 헛기침을 짓는 리방원을 눈아래로 바라보는 정몽주는 통쾌하기 그지없었다.